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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challenge

"아무튼, 사전" 단어의 중요성에 관한 책

by 김발랄 2023. 1. 9.
 
아무튼, 사전
홍한별 작가는 사전을 사랑한다. 어학사전이나 백과사전뿐만 아니라, 제목에 ‘사전’이나 ‘백과’라는 말이 들어간 책을 보면 혹해서 일단 모으고 본다. 끊임없이 단어를 고르고 써야 하는 번역가에게 사전은 꼭 필요한 도구이기도 하거니와 그 사전에 기대어 번역 일을 해오면서 무언가를 한 권에 집대성했다는 것,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조직화했다는 것의 위대함을 일찍이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한별 작가 역시 ‘사전’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자잘한 정보를 한데 모은 목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특정 분야의 책을 번역할 때 인터넷에서 관련 용어집을 모두 찾아서 하나로 합해 자신만의 용어집을 만들기도 한다. 홍한별 작가에게 사전은 ‘검색을 위한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사전은 ‘읽는’ 책이자 ‘노는’ 장소다. 각 단어와 함께 제시되는 예문과 용례만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엮어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전은 매우 혼란스러운 우주 속에서 순서를 깨닫게 해주는 안내자다. “광대한 우주를 우리는 인지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지만, 우리에게는 사전, 백과사전, 작은 진리의 조각들을 담고 있는 책들이 있다. 그 책들이 알 수 없는 세상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게 해준다.” 무한에 가까운 단어들의 목록으로 쌓아올린 사전의 세계를 섬세하게 어루만진 『아무튼, 사전』은 ‘아무튼’ 시리즈 52번째 책이자 20년 경력의 출판 번역가 홍한별의 첫 단독 에세이다.
저자
홍한별
출판
위고
출판일
2022.10.10

 

우리 집에서 걸어서 15분 남짓 걸리는 도서관이 있는데,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지만 걸어서는 잘 안가게 되고 항상 차를 타고 가고는 한다. 

그런데 최근에 집 3분 거리쯤 엄~청 가까운 곳에 스마트도서관이 생겼다. 책을 즐겨 있는 나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단점은 '스마트도서관' 안에 있는 책만 빌릴 수 있다.  도서관보다 보유하고 있는 도서가 적어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은 거의 없는 현실. 그래도 인형뽑기 처럼 책을 구경하다 "이거 괜찮네" 싶은 책을 골라서 오는데 또 이것도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항상 비슷한 책만 읽는 나로서는 다른 책을 읽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이 책도 그렇다.


물은 아무리 움켜 봐야 잡을 수도 기댈 수도 없이 가벼우면서도 숨길을 덮치고 몸 안으로 밀려들 만큼 무거웠다. 물속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 내가 죽는구나 확신하고도 남을, 영원이라고 느낄 만큼 긴 시간이 흘렀지만 어쩌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중략. 누군가 구해준 뒤) 내 주위에 보이지 않는 막이 쳐져서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게 된 것 같았다. 그 오빠 말고는 내가 다른 세계에 갔다 오는 것을 본 사람이 없었다. -8p

책 내용 중에 작가가 죽을 뻔한 경험을 말하는데, 나도 똑같이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어 작가가 느낀 점이 너무나 와닿았다. 나도 이런 생각을 했지만 표현을 못했는데, 작가의 말을 보고 끄덕끄덕한 것이다. 

 

또, 프랑스어에는 '층계의 생각'이라는 단어가 있단다. 층계의 생각이란게 참 재미있다. 흔히 말해 사람 만나고 와서 ' 아 이 말 할 걸'싶은 것을 층계의 생각이라고 한다고! 다시 층계를 거슬러 올라가서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았던가... 

 

머릿속에 언제나 꺼내 쓸 수 있는 단어들이 많이 쌓여 있어야 한다. - 23p

 

작가 TIP : 낱말닷컴 유료 제공 기본 유의어사전 사용 - 한 달에 2천원 정도. 그 이상 충분한 값어치

나의 행동 : 사이트에 들어가봤는데 이런 사이트가 있는 지 처음 알았다. 글 쓸 때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유레카!

 

사전 편찬은 완벽한 엄밀함을 추구하지만 정의상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 없는 일이다. 사전 편찬자들은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질 것을 알면서, 산이 계속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다. 완벽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은 사전뿐 아니라 인간이 하는 모든 노역의 공통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조형물은 쇠락하고 완벽한 이론은 반박된다.

사전이라... 사전하면 어릴 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그리고 전자사전도 나오기 전 국어단어와 영어단어를 찾는 용도로 쓰곤 했었다. 곧이어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에는 전자사전 sharp를 쓴 기억도 난다.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다는 생각만 했는데, 사전을 만드려는  사람들의 엄청난 노고와 수고가 담겨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 못했다. 

 

어떤 단어를 사랑하면, 그 언어는 진짜가 된다.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않지만, "우리끼리" 사용하는 말. 하나 쯤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산책을 자주 했는데, 그 당시 학교에서 멀리 내다보면 반짝이는 나무가 있었다. 아직도 그 나무의 진짜 이름은 모른다. 바람이 불면 살랑살랑 춤을 추던,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하던 나무. 왜인지는 모르나 바다의 윤슬같았던 나무. 친구와 저 나무를 보며 반짝이 나무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항상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맨날 단어들은 생성되는데, 사전을 편찬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사전이 완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을 만들어야 하고. 

그럼에도 인간은 늘 도전한다. 완벽한 것에 대한 시도. 

 

예전에, 어느 부족의 최후의 1인이 죽어 그 부족 언어가 사라졌다고 들은 적이 있다. 굉장히 안타까웠는데, 우리 말을 소중히하고 우리의 언어를 잘 사용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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